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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참여 게시판

추억의 박물관 작성일 2014.05.21
작성자 하하네지킴이

나이드신 부모님은 사진 찍길 싫어하신다.

그런 부모님께 사진을 많이 찍자고 한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고..

사진으로나마 부모님, 조부모님을 기억하게 해 주면 안되겠냐고...


중3, 중2 두 아이는 두 가지를 참 좋아한다.


하나는 부모와 함께 자는 날...

어렸을 땐, 일주일에 2번,

점점 자라면서 일주일에 1번,

지금은 아이들은 원하지만 남편이 원하지 않아

아주 아주 가끔...

아빠가 먼 여행을 다녀와야 할 때...

가기 전과 돌아온 후...

어렸을 때처럼 장난을 치거나 대화를 많이 하거나 하지 않아도

같이 잔다는 것만으로 행복한가 보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빠가 오늘 같이 잘까? 라고 내 뱉기만 해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이불부터 큰 방으로 들이내민다. 그러면 아빠는 마지 못해 허락해 준다.


한 가지는 여행이다.

나에겐 어릴 적 초라하지만 작은 가족 여행의 추억이 있다.

뒷산에 도시락 싸들고 올라가기.. 계곡에 도시락 싸들고 가기...

그래서 인가

첫 아들을 낳고 남편에게 주문했다.

"돈 없어도 괜찮아. 도시락 싸들고 가면 되니까... 대신 한 달에 한 번 데리고 나가줘..."

사례비 25만원의 삶이어도 우리의 여행은 지속되었다.

한 번은 백양사 입구에서 800원의 입장료 낼 돈이 없어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도 아내를 위해 약속을 지키는 남편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애들이 4학년이 되면서 부터 함께 여행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던 중, 교회 집사님이 이번 여름 휴가 어디로 가시냐고 물었다.

그 때만 해도, 90만원 사례비에 아토피로 심하게 고생하던 아들에게 투자하고, 남편 대학원 등록비 갚느라 바쁠 때였다.

그러니 당연히 큰 계획이 없을 수 밖에...

어느 날 갑자기 강원도 숙소를 예약해 두었으니

아이들 데리고 갔다 오라는 집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당신들도 형편이 어려운데...

한 마디 덧 붙이셨다.

애들이 크면 돈을 투자해야 해요.

안 그럼 안 따라 나섭니다.


숙소까지 예약을 해 주었는데 아니 갈 수가 있나..

우리에겐 카드가 존재한다...

당당하게 먹을 것 바리바리 싸 들고 떠났다.

래프팅... 환선굴...

강원도 안에는 사춘기 아들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숙소 안에 있던 수영장...

아이들은 지금도 그 수영장을 이야기한다.

그 때 알았다.

숙소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 구나.. 

내 자녀에게는

어른의 형편과 욕심에 눈 맟춘 것이 아니라

자녀의 요구에 눈 맟추어 줄 줄 아는 박물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최근에 남편이 제안한다..

남편.. 애들 데리고 미국 한 번 다녀 올랑가?

나...왜? (돈 걱정...)

남편...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애들에게 더 큰 세계를 보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대신 얘들이 원한다면... 시간 날 때 물어봐... 


경제 개념 없으신 남편님..... 그러나 반대는 못하겠다. 

또 하나의 추억의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긴축 재정 들어가야 하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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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정보

사랑의뜰안
월~금 9:00~10:30
제작 조미숙 PD / 진행 조미숙 PD